1.2 모라벡의 역설 (Moravec’s Paradox): 쉬운 것이 왜 어려운가?
1. 서론: 지능의 착시와 오만
인공지능과 로봇 공학의 역사는 인간의 자기 이해에 대한 거대한 수정주의적 과정이라 할 수 있다. 1950년대 인공지능이라는 분야가 학문적으로 태동했을 때, 당대의 석학들은 지능(Intelligence)의 본질을 고도로 추상화된 논리적 추론(Logical Reasoning)과 기호 조작(Symbolic Manipulation)에서 찾았다. 그들에게 있어 체스를 두고, 수학 정리를 증명하며, 복잡한 대수학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인간 지성의 정점이었으며, 이를 기계적으로 구현하는 것이야말로 인공지능의 최종 목표라고 여겨졌다. 반면, 걷고, 보고, 물건을 집어 드는 행위는 동물적 본능에 가까운 하등한 기능으로 치부되었다. “어려운 문제(수학, 체스)를 풀면 쉬운 문제(보행, 시각)는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지배했다.
그러나 반세기가 지난 지금, 우리는 그 가정이 완전히 전복되었음을 목격한다. 1997년 IBM의 딥블루(Deep Blue)가 세계 체스 챔피언 게리 카스파로프를 꺾었을 때, 로봇 공학자들은 여전히 로봇이 문턱을 넘지 못해 넘어지거나, 컵과 주전자를 구별하지 못해 쩔쩔매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2016년 알파고(AlphaGo)가 바둑을 정복하고, 2020년대에 이르러 거대 언어 모델(LLM)이 시를 쓰고 코드를 작성하는 동안에도, 빨래를 개거나 식기세척기에 그릇을 채우는 가사 노동을 완벽하게 수행하는 로봇은 여전히 상용화되지 못했다.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는 가장 강력한 통찰은 1980년대 한스 모라벡(Hans Moravec), 로드니 브룩스(Rodney Brooks), 마빈 민스키(Marvin Minsky) 등에 의해 정립된 **모라벡의 역설(Moravec’s Paradox)**이다.1 이 역설은 다음과 같은 명제로 요약된다.
“인공지능 연구에서, 고등 추론(High-level reasoning)은 계산적으로 매우 적은 자원을 요구하지만, 저수준의 감각운동 기술(Low-level sensorimotor skills)은 막대한 계산 자원을 요구한다.” 4
즉, 인간에게 ‘어려운’ 일은 기계에게 ‘쉽고’, 인간에게 ‘쉬운’ 일은 기계에게 ‘어렵다’. 스티븐 핑커(Steven Pinker)는 이를 두고 “35년 AI 연구의 주요 교훈은 어려운 문제는 쉽고, 쉬운 문제는 어렵다는 것이다“라고 평했다.1 이 장에서는 모라벡의 역설이 왜 발생했는지, 그리고 현대 로봇 공학(Embodied AI)이 이 거대한 장벽을 어떻게 넘어서고 있는지 진화생물학적, 계산이론적, 그리고 최신 인공지능 기술의 관점에서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1.1 잃어버린 여름: 마빈 민스키의 오판
역설의 가장 극적인 역사적 예시는 1966년 여름, MIT 인공지능 연구소에서 발생했다. 인공지능의 아버지 중 한 명인 마빈 민스키는 학부생 제럴드 서스먼(Gerald Sussman)에게 여름 방학 과제로 “컴퓨터에 카메라를 연결해서 눈앞에 있는 사물을 묘사하게 하라“는 프로젝트를 내주었다.3 민스키는 이 문제가 한 여름이면 해결될 수 있는 단순한 과제라고 믿었다. 수학 정리 증명과 같은 ‘고등’ 과제에 비하면 ’본다(Seeing)’는 행위는 너무나 직관적이고 쉬워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여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반세기가 지난 2010년대에 이르러서야 딥러닝(Deep Learning)의 등장으로 컴퓨터 비전은 비로소 인간 수준의 인식률에 근접하기 시작했다. 이 역사적 일화는 인간이 자신의 인지 능력을 평가할 때 얼마나 큰 편향(Bias)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준다. 우리는 우리가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행위(공부, 계산)는 어렵다고 느끼고, 무의식적으로 수행하는 행위(지각, 운동)는 쉽다고 착각한다.
2. 진화적 시간: 10억 년의 R&D 대 10만 년의 벼락치기
모라벡의 역설을 설명하는 가장 설득력 있는 이론은 진화생물학적 관점이다. 한스 모라벡은 인간의 기술(Skill)을 역공학(Reverse-engineering)하는 난이도가 그 기술이 진화해 온 시간과 비례한다고 주장했다.3
2.1 감각운동 시스템의 깊은 뿌리
지구상의 생명체가 탄생한 이래, 생존의 핵심은 환경을 정확하게 인식하고(Perception) 적절하게 반응하여 움직이는 것(Actuation)이었다. 약 5억 4천만 년 전 캄브리아기 대폭발(Cambrian Explosion)은 생명체들이 시각을 비롯한 감각 기관을 갖추기 시작하면서 포식과 회피라는 복잡한 상호작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시기였다.
- 10억 년의 최적화: 동물의 감각운동 시스템은 수억 년, 혹은 10억 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자연선택의 가혹한 검증을 거쳤다.2 이 과정에서 뇌의 구조는 시각, 청각, 촉각 정보를 처리하고 근육을 제어하는 데 최적화된 하드웨어로 진화했다. 인간의 뇌에서 시각 피질(Visual Cortex)이나 소뇌(Cerebellum)와 같이 감각과 운동을 담당하는 영역은 전체 뇌 용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병렬 처리(Parallel Processing)에 특화된 고성능 연산 장치와 같다.
- 무의식적 유능함(Unconscious Competence): 너무나 오랜 시간 동안 최적화되었기에, 이 과정은 우리의 의식 아래(Subconscious)로 가라앉았다. 우리는 컵을 잡을 때 망막에 맺힌 2차원 이미지를 3차원 공간으로 복원하고, 팔의 관절 각도를 계산하며, 손가락 끝의 압력을 조절하는 복잡한 미분방정식을 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잡는다“는 의도만 있을 뿐이다. 마빈 민스키가 지적했듯, “우리는 우리의 정신이 가장 잘하는 일에 대해 가장 알지 못한다”.3
2.2 이성(Reason)이라는 얇은 껍질
반면, 언어, 추상적 사고, 수학, 논리와 같은 고등 인지 능력은 진화의 역사에서 극히 최근에 등장한 산물이다.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한 것을 약 20만~30만 년 전으로 보더라도, 고도의 문명과 체계적인 논리 체계가 발달한 것은 기껏해야 수천 년에서 수만 년 전이다.
- 10만 년의 벼락치기: 추상적 추론 능력은 아직 생물학적으로 하드웨어 레벨에서 충분히 최적화될 시간이 없었다.3 따라서 우리는 수학 문제를 풀 때 막대한 의식적 에너지를 소모하며, 뇌에 과부하가 걸리는 느낌을 받는다.
- 알고리즘적 구현의 용이성: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의식적으로 단계(Step-by-step)를 밟아가며 수행해야 하는 논리적 과제들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옮기기가 쉽다. 알고리즘 자체가 논리적 단계의 집합이기 때문이다. 반면, 무의식적이고 직관적인 감각운동 능력은 명시적인 규칙(Explicit Rules)으로 기술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4
결국 인공지능 연구자들이 초기에 마주한 난관은, 인류가 수억 년에 걸쳐 해결해 놓은 생물학적 난제들을 단 몇 십 년 만에 실리콘 칩 위에서 재현하려 했던 무모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3. 계산 능력의 척도: 망막 대 슈퍼컴퓨터
모라벡은 이 진화적 격차를 정량적인 계산 능력(Computational Power)의 관점에서 분석했다. 1970년대 중반, 그는 “The Role of Raw Power in Intelligence” 7라는 논문과 이후 저서 “Mind Children” 8을 통해 인간의 뇌가 수행하는 연산량을 당시 컴퓨터와 비교 추산했다.
3.1 망막의 연산량 추정 (Retina Calculation)
모라벡은 인간의 뇌 전체를 분석하는 대신, 비교적 구조가 잘 밝혀진 망막(Retina)을 기준으로 삼았다. 망막은 단순한 카메라 센서가 아니라, 이미지의 가장자리(Edge detection)나 움직임(Motion detection)을 일차적으로 처리하는 신경망이다.10
- 단위 연산: 망막의 신경세포 층이 가장자리 검출이나 움직임 감지를 위해 수행하는 처리를 디지털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하려면, 픽셀당 약 100회 이상의 명령어 처리가 필요하다.10
- 전체 용량: 인간의 망막은 수백만 개의 시각 세포를 가지고 있으며, 초당 약 10회의 이미지 처리를 수행한다. 이를 종합하면 망막 하나를 시뮬레이션하는 데만 약 **1,000 MIPS(Million Instructions Per Second)**의 연산 능력이 필요하다.11
- 뇌 전체로의 확장: 인간의 뇌는 부피와 신경세포 수에서 망막의 약 10만 배에 달한다. 따라서 인간의 뇌 전체 수준의 지능을 시뮬레이션하려면 약 1억 MIPS (100 million MIPS), 즉 10^{14} 연산/초 (100 \text{ Tera OPS}) 정도의 계산 능력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11
3.2 무어의 법칙과 “지능의 수위” (The Water Level Metaphor)
모라벡은 이 계산량을 바탕으로 AI의 발전 속도를 예측했다. 1970년대의 슈퍼컴퓨터조차 1 MIPS 수준에 불과했으니, 당시의 하드웨어로 인간의 시각 능력을 흉내 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는 컴퓨터의 연산 능력이 무어의 법칙(Moore’s Law)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AI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의 영역이 점차 넓어질 것이라고 보았다.
이를 시각화하기 위해 모라벡은 **“인간 능력의 풍경(Landscape of Human Competence)”**이라는 비유를 사용했다.14
| 지형의 높이 (난이도) | 인간의 활동 | 컴퓨터의 도달 시기 | 특징 |
|---|---|---|---|
| 저지대 (Lowlands) | 산술 연산, 암기, 논리 | 1950~1960년대 | 컴퓨터 탄생과 동시에 정복됨. 인간에게는 지루하고 어려운 일. |
| 구릉지 (Foothills) | 체스, 정리 증명 | 1990년대 | 슈퍼컴퓨터의 등장으로 정복 (Deep Blue). |
| 산중턱 (Mountains) | 시각 인식, 음성 인식 | 2010년대 | GPU와 딥러닝의 발전으로 정복 시작. |
| 봉우리 (Peaks) | 물리적 상호작용, 창의성 | 2020년대 이후 | 엠바디드 AI의 현재 도전 과제. |
컴퓨터 하드웨어의 발전은 마치 대홍수(Great Flood)처럼 저지대부터 차오른다. 인간에게 어려운(그러나 계산적으로는 단순한) 산술 연산과 논리는 가장 먼저 물에 잠겼다. 반면, 인간에게 쉬운(그러나 계산적으로 막대한) 시각과 운동 제어는 가장 높은 봉우리에 위치해 있어, 컴퓨터의 연산 능력이 충분히 차오를 때까지 안전하게 남아 있었다.
2020년대 현재, NVIDIA의 최신 GPU는 모라벡이 예측한 10^{14} FLOPS를 훌쩍 뛰어넘는 성능을 제공하고 있다.17 이는 모라벡의 예측대로 하드웨어의 “원시적인 힘(Raw Power)“이 마침내 지각과 감각운동 기술의 장벽을 허물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딥러닝의 성공은 결국 막대한 데이터와 연산량을 쏟아부어 진화의 시간을 압축한 결과라 할 수 있다.3
4. 로봇 공학의 역사적 분투와 패러다임 전환
모라벡의 역설은 단순한 이론적 주장이 아니라, 실제 로봇 공학의 실패와 좌절 속에서 피어난 교훈이었다. 초기 로봇들의 실패는 ’신체(Body)’가 없는 지능 모델이 물리적 세계에서 얼마나 무력한지를 증명했다.
4.1 셰이키(Shakey)의 교훈: 생각하느라 움직이지 못한 로봇
1966년부터 1972년까지 스탠퍼드 연구소(SRI)에서 개발된 **셰이키(Shakey)**는 “최초의 일반 목적 이동 로봇“으로 불린다.19 셰이키는 카메라와 거리 측정기, 범퍼 센서를 장착하고 있었으며, 자신의 행동을 계획하기 위해 **STRIPS(Stanford Research Institute Problem Solver)**라는 논리 기반의 계획기(Planner)를 사용했다.
셰이키의 작동 방식은 전형적인 “감지-모델링-계획-행동(Sense-Model-Plan-Act)” 루프였다.
- 카메라로 환경을 촬영하고 이미지를 분석한다.
- 분석된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의 내부 세계 모델(World Model)을 업데이트한다.
-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논리적 단계(Plan)를 수립한다.
- 계획된 행동을 수행한다.
문제는 이 과정이 너무나 느리고 불안정했다는 것이다. 셰이키는 몇 미터를 움직이기 위해 한 시간 가까이 멈춰 서서 연산을 수행해야 했다. 조명의 변화나 바닥의 미세한 불균형과 같은 현실의 노이즈는 셰이키의 논리적 모델을 쉽게 무너뜨렸다.19 셰이키는 논리적으로 완벽한 계획을 세울 수 있었지만, 현실 세계의 불확실성과 복잡성 앞에서는 한 발자국도 떼기 힘든 마비 상태에 빠지곤 했다. 이것이 바로 모라벡 역설의 실체였다.
4.2 로드니 브룩스와 포섭 구조(Subsumption Architecture)
셰이키와 같은 기호주의(Symbolic) 접근법의 한계를 절감한 MIT의 로드니 브룩스는 1980년대 중반, 급진적인 주장을 내놓았다. 그는 1991년 논문 *“Intelligence without Representation”*에서 “복잡한 세계 모델을 내부에 구축할 필요가 없다. 세계 그 자체가 가장 좋은 모델이다“라고 선언했다.3
브룩스는 곤충의 지능에 주목했다. 곤충은 복잡한 논리적 추론을 하지 않지만, 놀라울 정도로 민첩하게 환경에 적응하고 움직인다. 그는 이를 모방하여 **포섭 구조(Subsumption Architecture)**를 제안했다. 이는 중앙 집중식 제어 대신, 감각과 행동이 직접 연결된 단순한 반사 신경(Reflex)들이 층위(Layer)를 이루는 구조다.
- Layer 0: 장애물 피하기 (가장 기본적이고 빠른 반사)
- Layer 1: 배회하기 (장애물이 없으면 돌아다님)
- Layer 2: 목표물 탐색하기
상위 계층은 하위 계층을 억제(Inhibit)하거나 포섭(Subsume)하면서 더 복잡한 행동을 만들어낸다. 이 접근법은 계산 비용이 매우 낮으면서도 실시간으로 물리적 환경에 반응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는 모라벡의 역설이 시사하는 바, 즉 “저수준의 감각운동 능력이 고지능의 기반“이라는 점을 공학적으로 구현한 최초의 성공 사례였다. 이 철학은 훗날 아이로봇(iRobot)의 청소 로봇 ’룸바(Roomba)’로 이어지며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다.
5. 물리적 세계의 난제: 왜 시뮬레이션은 현실이 아닌가?
모라벡의 역설이 지적하는 ’쉬운 문제의 어려움’은 컴퓨터 과학적으로도 심각한 난제를 포함하고 있다. 로봇이 물리적 세계에서 동작한다는 것은 **계산 복잡도(Computational Complexity)**와 **물리학적 불확실성(Physical Uncertainty)**의 지옥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5.1 차원의 저주 (Curse of Dimensionality)
로봇의 움직임을 계획하는 것(Motion Planning)은 수학적으로 고차원 공간에서의 경로 탐색 문제다. 로봇 팔의 관절이 6개라면, 로봇의 상태는 6차원 형상 공간(Configuration Space, C-space)의 한 점으로 표현된다. 관절이 하나 늘어날 때마다 탐색해야 할 공간의 크기는 지수적으로(Exponentially) 증가한다. 이를 차원의 저주라고 한다.21
최근의 이론적 연구에 따르면, 작업 및 동작 계획(Task and Motion Planning, TAMP) 문제는 일반적인 경우 PSPACE-hard이거나 심지어 **결정 불가능(Undecidable)**한 문제로 분류된다.24 이는 단순히 컴퓨터가 빨라진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알고리즘적으로 근본적인 한계가 존재함을 시사한다. 특히 유연한 물체(옷, 케이블)를 다루거나, 유동적인 환경(물, 모래)과 상호작용할 때 자유도(Degrees of Freedom)는 사실상 무한대가 되어 기존의 계획 알고리즘을 무력화시킨다.
5.2 접촉의 불연속성 (Contact Discontinuity)과 미분 불가능성
물리적 상호작용의 핵심은 **접촉(Contact)**이다. 컵을 잡거나 발을 땅에 딛는 순간, 로봇과 환경 사이의 역학(Dynamics)은 급격하게 변한다. 떨어져 있을 때(Force = 0)와 닿았을 때(Force > 0) 사이에는 불연속성(Discontinuity)이 존재한다.25
- 시뮬레이션의 난제: 이러한 불연속적인 접촉 역학(Contact Dynamics)을 시뮬레이션하는 것은 매우 까다롭다. 강체(Rigid body) 간의 충돌은 상보성 문제(Linear Complementarity Problem, LCP)를 풀어야 하며, 이는 계산적으로 비용이 많이 든다.26
- 학습의 난제: 딥러닝과 같은 최신 AI 기술은 미분(Gradient)을 통해 학습한다. 그러나 접촉이 발생하는 순간 미분값이 정의되지 않거나 무한대로 튀는 현상이 발생하여, 로봇이 물리적 상호작용을 학습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26
이것이 바로 빨래 개기가 그토록 어려운 이유다.27 옷이라는 유연체는 무수히 많은 접촉점을 가지며, 그 형태와 마찰력을 예측하고 제어하는 것은 슈퍼컴퓨터로도 벅찬 과제다. 인간은 피부의 기계적 수용기(Mechanoreceptor)를 통해 이를 직관적으로 처리하지만, 로봇에게는 악몽과도 같은 계산 문제인 것이다.
6. 현대 AI와 모라벡 역설의 재해석: SOTA 기술의 도전
2020년대, 우리는 모라벡 역설의 절반을 정복했다. 딥러닝과 GPU의 발전은 ‘지각(Perception)’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했다. 이제 로봇은 딥러닝 기반의 비전 시스템을 통해 셰이키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빠르고 정확하게 세상을 본다.3 그러나 ’행동(Action)’과 ’조작(Manipulation)’은 여전히 최전선의 과제로 남아 있다.
6.1 데이터 중심 AI와 파운데이션 모델
현대 로봇 공학은 모라벡의 역설을 극복하기 위해 데이터 중심(Data-driven)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인간이 진화를 통해 습득한 감각운동 지식을 로봇에게 주입하기 위해, 대규모의 데이터를 신경망에 학습시키는 것이다.
- VLA (Vision-Language-Action) 모델: 구글의 **RT-1(Robotics Transformer 1)**과 RT-2, PaLM-E와 같은 모델은 시각 정보(Vision)와 자연어 명령(Language)을 입력받아 로봇의 행동(Action, 토크나 위치 제어)을 직접 출력한다.29 이는 셰이키 시대의 ’인식-계획-제어’라는 분절된 파이프라인을 버리고, 거대한 신경망이 입력에서 출력까지(End-to-End) 직관적으로 처리하도록 만드는 시도다. 이는 모라벡이 말한 “무의식적 처리“를 인공 신경망 내부에 암묵적으로 구현하려는 노력과 일치한다.
- LLM을 두뇌로: 거대 언어 모델(LLM)은 로봇에게 부족했던 ’추상적 추론’과 ’상식’을 제공한다. “배고파“라는 말을 들었을 때, 사과를 집어와야 한다는 계획은 LLM이 수립하고(고지능), 사과를 집는 구체적인 손동작은 VLA 모델이나 저수준 제어기가 담당하는(저지능) 하이브리드 구조가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29
6.2 Sim-to-Real: 가상에서 현실로의 도약
현실 세계에서 로봇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은 느리고 비싸다. 10억 년의 진화를 따라잡기 위해 연구자들은 가상 세계(Simulation)를 활용한다. NVIDIA의 Isaac Gym이나 MuJoCo와 같은 물리 엔진에서 로봇은 수억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걷고 잡는 법을 배운다.26
여기서 핵심 기술은 **도메인 랜덤화(Domain Randomization)**이다. 시뮬레이션의 물리 변수(마찰력, 질량, 조명 등)를 무작위로 변화시켜 학습시킴으로써, 로봇이 현실 세계의 불확실성에도 강건하게(Robust)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든다. 이는 진화의 가속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7. 결론: 신체를 가진 지능을 향하여
모라벡의 역설은 21세기 로봇 공학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통찰이자 겸손의 원천이다. 챗GPT가 논문을 쓰고 미드저니가 그림을 그리는 동안에도, 휴머노이드 로봇은 여전히 걷다가 넘어지고 문손잡이를 돌리는 데 애를 먹는다. 이것은 기계의 결함이라기보다는, 생명체가 가진 ’신체성(Embodiment)’의 깊이를 반증하는 것이다.
우리가 ’쉽다’고 느끼는 일상적인 행동들은 사실 우주에서 가장 정교한 제어 시스템과 감각 처리가 융합된 기적적인 결과물이다. 엠바디드 AI의 여정은 단순히 인간의 지능을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수억 년의 진화가 빚어낸 이 생물학적 유산을 공학적으로 재해석하고 재구축하는 과정이다.
이제 우리는 기호주의 AI의 논리적 추론 능력과, 딥러닝 기반의 직관적 감각운동 능력을 통합하는 뉴로-심볼릭(Neuro-Symbolic) AI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24 모라벡이 예견했듯, 하드웨어의 ’원시적인 힘’과 데이터의 축적은 결국 로봇을 ‘지능의 수위’ 위로 끌어올릴 것이다. 그때가 되면 로봇은 비로소 셰이키의 마비에서 벗어나, 우리 곁에서 빨래를 개고 요리를 하며 진정한 의미의 동반자로 거듭날 것이다. 모라벡의 역설은 끝이 아니라, 진정한 인공지능으로 가는 시작점이다.
8. 참고 자료
- Computers and people - the mystery of the Moravec paradox - AIforEveryone.blog, https://aiforeveryone.blog/en/ai-for-everyone/computers-and-people-the-mystery-of-the-moravec-paradox
- Moravec Paradox, http://www.toilsoftesting.info/assets/moravec-paradox.pdf
- Moravec’s paradox -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Moravec%27s_paradox
- Moravec’s Paradox from the 4E Cognitive Psychology View | by Carlos E. Perez - Medium, https://medium.com/intuitionmachine/moravecs-paradox-from-the-4e-cognitive-psychology-view-539359b432fa
- Moravec’s paradox: why AI makes art while humans (currently) do hard physical labor : r/singularity - Reddit, https://www.reddit.com/r/singularity/comments/18feo9l/moravecs_paradox_why_ai_makes_art_while_humans/
- [1012.3148] To study the phenomenon of the Moravec’s Paradox - arXiv, https://arxiv.org/abs/1012.3148
- of INTELLIGENCE - Stacks are the Stanford, https://stacks.stanford.edu/file/druid:ws563sd6050/ws563sd6050.pdf
- Quote by Kai-Fu Lee: “Moravec’s Paradox. Hans Moravec was a professor…” - Goodreads, https://www.goodreads.com/quotes/10362680-moravec-s-paradox-hans-moravec-was-a-professor-of-mi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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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Senses Have no Future | Tikvah, https://tikvah.org/wp-content/uploads/2021/12/Moravek-The-Senses-Have-No-Future.pdf
- When will computer hardware match the human brain? by Hans Moravec, https://jetpress.org/volume1/moravec.htm
- Ripples and Puddles | Edge.org, https://www.edge.org/conversation/hans_moravec-ripples-and-puddles
- Life 3.0: Being Human in the Age of Artificial Intelligence, https://www.cag.edu.tr/uploads/site/lecturer-files/max-tegmark-life-30-being-human-in-the-age-of-artificial-intelligence-alfred-a-knopf-2017-aTvn.pdf
- Life 3.0: Being Human in the Age of Artificial Intelligence 9781101946596, 9781101946602, 1101946598 - DOKUMEN.PUB, https://dokumen.pub/life-30-being-human-in-the-age-of-artificial-intelligence-9781101946596-9781101946602-110194659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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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view of Mind Children By Hans Moravec (1988) - Beren’s Blog, https://www.beren.io/2025-01-12-Review-Of-Mind-Children-By-Hans-Moravec/
- Moravec’s paradox and its implications - Epoch AI, https://epoch.ai/gradient-updates/moravec-s-parad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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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obot planning - CS440 Lectures, https://courses.grainger.illinois.edu/cs440/fa2025/lectures/robots.html
- Considering Uncertainty in Optimal Robot Control Through High-Order Cost Statistics - mediaTUM, https://mediatum.ub.tum.de/doc/1446541/182170.pdf
- The State of Robot Motion Generation - arXiv, https://arxiv.org/html/2410.12172v2
- Safe Real-World Autonomy in Uncertain and Unstructured Environments - UC Berkeley EECS, https://www2.eecs.berkeley.edu/Pubs/TechRpts/2020/EECS-2020-147.pdf
- Task and Motion Planning is PSPACE-Complete - DSpace@MIT, https://dspace.mit.edu/bitstream/handle/1721.1/130570/vega-brown2020task.pdf?sequence=1&isAllowed=y
- Multibody dynamics in robotics with focus on contact events | Robotica | Cambridge Core, https://www.cambridge.org/core/journals/robotica/article/multibody-dynamics-in-robotics-with-focus-on-contact-events/FB829B0EC617E016AB6F5F15A70868ED
- Constrained Dynamics Simulation: More With Less - arXiv, https://arxiv.org/html/2405.20820v1
- Moravec’s Paradox explains why robots can’t do your laundry | Mashable, https://mashable.com/article/moravecs-paradox-explains-why-humanoid-robots-struggle
- The Laundry Problem, https://xed.ch/blog/2021/0831.html
- The State of Robot Learning. A partially observed, semi-stochastic… | by Vincent Vanhoucke, https://vanhoucke.medium.com/the-state-of-robot-learning-639dafffbcf8
- Code-as-Symbolic-Planner: Foundation Model-Based Robot Planning via Symbolic Code Generation - arXiv, https://arxiv.org/html/2503.01700v1
- Contact Models in Robotics: a Comparative Analysis - arXiv, https://arxiv.org/html/2304.06372v2